"문을 닫아, 어서 문을 닫아!"
오래 전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평화롭게 지내던 사마리아 성에
어느 날 아람 군대가 쳐들어왔습니다.
번쩍이는 투구, 날카로운 칼과 창,
햇볕에 그을린 군인들의 거친 피부,
땅을 뒤흔드는 병거들의 바퀴 소리...
삽시간에 공포가 그 땅을 뒤덮었고,
백성들의 마음이 물녹듯 녹아내렸습니다.
곧 왕궁에서 대책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간곡한 왕의 음성이었지만 모두들 잠잠했습니다.
잠시 후 확신에 찬 한 마디가 침묵을 깼습니다.
"문을 닫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모두가 입을 연 사람을 주목했습니다.
왕이 의지해오던 장관이었습니다.
"성문을 닫는다는 말이오?"
"예. 성문을 굳게 닫고 버티는 것입니다."
"군대가 물러날 때까지?"
"예. 그렇습니다.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곧 장관의 의견이 선택되었고,
문을 닫으라는 왕명이 떨어졌습니다.
이내 육중한 성문이 굳게 닫혔습니다.
그때부터 아무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들어올 수도 없었습니다.
안과 밖이 서로 단절된 것입니다.
사마리아 성 사람들은 이제
성 안의 음식만으로 먹고 살아야 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아무 문제가 없는듯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성 안에 비축된 식량이 줄어들었고,
성 안의 음식이 점점 귀해졌습니다.
합분태, 나귀머리 등
전에는 아무 가치 없던 것들이
성문을 닫고 있는 동안 귀한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면서
백성들은 굶주림에 고통해야 했고,
하나 둘 배를 움켜쥔 채 죽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을 거닐던 왕의 눈에 두 여인이 비취었습니다.
여인들은 한 아이를 놓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안돼! 이 아이는 내 아이야!"
"무슨 소리! 어제 내 아이를 삶아먹은 것을 잊었어?"
무서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두 여인이
자기 아이를 서로 잡아먹기로 한 것입니다.
그 사실을 발견한 왕은 옷을 찢으며 괴로워했습니다.
성을 지키기 위해 문을 닫았지만
그로 인한 고통과 피해가 너무나 컸던 것입니다.
그때 하나님의 말씀이 내려왔습니다.
"내일 이맘 때에 사마리아 성문에서 고운 가루
한 스아에 한 세겔을 하고 보리 두 스아에 한 세겔을 하리라."
그것은 양식이 풍성해진다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을 지켜온 방법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곧 장관이 하나님의 말씀을 대적했습니다.
"여호와께서 하늘에 창을 내신들 어찌 이런 일이 있으리요?"
그때 성문 어귀에 문둥이 네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 역시 굶주리고 있었고, 곧 죽을 위치에 있었습니다.
문둥이들이 서로 말했습니다.
"우리가 어찌하여 여기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랴?
우리가 성에 들어가자고 할지라도 성중은 주리니
우리가 거기서 죽을 것이요, 여기 앉아 있어도 죽을지라."
문둥이들은 자기들의 방법 안에서 살길을 찾지 못하자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그것은 아람 군대에게 항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담스럽고 두렵기도 했지만
성문을 굳게 닫은 사마리아 성 곁에 있어서는
결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우친 것입니다.
그들은 아람 군대를 향해 발을 내디뎠습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것은 자기 생각과 자기 방법을 떠나는 걸음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발걸음에 역사했습니다.
큰 군대의 소리를 내게 하신 것입니다.
아람 군대는 깜짝 놀라 급히 도망쳤습니다.
문둥이들이 진 가에 이르자 이미 적은 없었고,
금은보화와 풍성한 양식만 그들을 기다렸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문둥이들은 정신없이 배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은과 금과 의복을 가지고 감추었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말했습니다.
"우리의 소위가 선치 못하도다.
오늘날은 아름다운 소식이 있는 날이어늘
우리가 잠잠하고 있도다. 만일 밝은 아침까지
기다리면 벌이 우리에게 미칠찌니
이제 떠나 왕궁에 가서 고하자."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힘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 역시 밝았고,
그들의 마음은 더욱 뜨거웠습니다.
"문을 열어요. 어서 문을 여세요!"
확신에 찬 그들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굳게 닫힌 성문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의 마음부터 열었습니다.
문지기는 곧 왕궁에 그 사실을 알렸고,
의심하던 왕과 신복들은 정탐꾼을 보냈습니다.
문둥이들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성 밖에 양식이 풍성하다는 소식이 들려지자
성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성 안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던 백성들이 뛰쳐나갔습니다.
그때 성문을 막고 있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식을 얻고자 달려가던 백성들의
마음을 막을 수 없었고, 오히려 그 발길에 밟혀죽었습니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시 150:6)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호흡을 합니다.
호흡은 밖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안에서 생기는 나쁜 공기를 뱉어내는 일입니다.
호흡이 막히면 어떤 생명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영적인 생명도 그러합니다. 내 마음을 뱉어내고
주님의 마음을 얻는 영적 호흡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지키려는 최선의 방법이었지만
마음을 닫고 있을수록 모든 것을 잃어갔습니다.
주님은 그런 우리들을 향해 간곡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
이 음성이 당신에게는 들리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