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가 펼친 세 편의 거룩한 노래는 다윗이라는 한 영혼이 가장 깊은 진흙탕 속에서 길어 올린, 순전하고도 찬란한 천상의 신앙 원리입니다. 보십시오. 그는 먼저 하나님의 광대하신 은혜를 목청껏 찬양하더니, 이어 세상의 모진 악과 음험한 음모를 뼈저리게 겪고, 마침내 자신의 모든 싸움과 상처를 만군의 여호와의 손에 통째로 내려놓습니다.
많은 교인들이 신앙생활을 그저 아무런 바람도 불지 않는 잔잔한 호숫가를 평안히 거니는 것쯤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성경은 결코 그렇게 안일한 평화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속한 참된 전사는 언제나 치열한 영적 전쟁의 한복판을 지나가야 합니다. 기억하십시오. 그 전쟁은 우리 자신의 보잘것없는 힘으로 혈기의 칼을 휘두르는 싸움이 아닙니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친히 우리를 대신하여 대적을 꺾으시는 거룩한 전쟁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세 편은 믿음의 단계를 웅장하게 펼쳐 보입니다. 138편은 어떤 칠흑 같은 형편에서도 찬송을 자아내는 감사하는 믿음이요, 139편은 사방에 악이 들끓을지라도 낙심치 않는 견고한 믿음이며, 140편은 모든 복수의 칼날을 거두고 오직 하나님께 다 맡기는 항복하는 믿음입니다.
참된 성도는 환경이 좋고 주머니가 풍성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그 영혼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에, 비록 무화과나무가 마르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그 어떤 형편에서도 찬양의 제사를 드리는 자입니다. 먼저 다윗은 하늘의 천사들을 부끄럽게 할 만한 놀라운 고백으로 노래의 문을 활짝 엽니다.
“내가 전심으로 주께 감사하며”
오, 이 말씀에 나타난 ‘전심’이라는 기치를 붙드십시오. 온 마음입니다. 이것은 환난이 비껴갔을 때 입술만 겨우 달싹이는 죽은 감사가 아닙니다. 형편이 조금 좋아졌다고 마지못해 털어놓는 인색한 감사도 아닙니다. 영혼의 가장 깊은 밑바닥, 그 심장의 마지막 핏방울까지 다 쏟아붓는 활활 타오르는 감사입니다.
우리의 감사는 요동치는 인간의 형편에서 솟구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코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신 하나님의 신실하신 성품에서 솟아나야 합니다. 슬프게도 많은 신자는 기도 응답의 보따리를 손에 쥔 뒤에야 겨우 하나님을 찬양하지만, 다윗은 응답의 서광이 비치기도 전 이미 승리의 찬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황홀한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주께서 주의 말씀을 주의 모든 이름보다 높게 하셨나이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선언입니까. 대주재 하나님께서는 태초 이래로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씀을 단 한 번도 깨뜨리거나 부도를 내신 적이 없습니다! 인간은 제 입으로 피를 토하며 한 약속조차 돌아서면 이내 망각해 버리는 가련한 존재이지만, 하늘의 하나님은 하신 약속을 영원한 작정 속에 새기시고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내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성도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춤추는 감정이라는 모래 위에 서는 자가 아니라, 영원히 변치 않는 약속의 말씀이라는 대리석 위에 서는 자입니다. 기분이 좋으면 제 믿음도 하늘을 찌르는 줄 착각하고, 낙심하여 마음이 가라앉으면 하나님의 은혜까지 소멸한 줄로 여겨 절망합니다. 그러나 참된 믿음은 변치 않는 약속의 닻을 붙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결코 파산하지 않는 하늘의 은행입니다. 세상의 모든 은행과 제국들은 하루아침에 안개처럼 무너질 수 있으나,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은행만은 영원히 문을 닫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분의 말씀에 안심하고 온 생명과 영원을 걸어도 좋습니다! 다윗은 드디어 8절에서 이 위대한 시편의 절정을 터뜨립니다.
“여호와께서 나를 위하여 보상해 주시리이다”
원어의 웅장한 뜻을 따라 이 구절을 더 또렷이 옮기면 이렇습니다. “주께서 나를 향한 자신의 뜻을 반드시 완성하시리이다.” 오, 이 얼마나 영혼을 울리는 가슴 벅찬 위로입니까. 우리가 가냘픈 손으로 하나님을 붙드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안전하고 든든한 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강한 오른팔이 우리를 움켜쥐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순례의 길을 가는 동안 지치고 얼마든지 넘어질 수 있으나, 우리를 택하신 하나님은 우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세우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아 수없이 지우고 고쳐 쓰지만, 하나님의 주권적 작정은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반드시 완성됩니다. 이 위대한 비밀을 깨달았던 사도 바울 역시 빌립보 교회를 향해 똑같이 사자처럼 외치지 않았습니까?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
보십시오. 우리의 구원과 신앙은 우리가 먼저 변덕스럽게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제 힘으로 힘겹게 끝맺어야 하는 일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그 피로 시작하셨으니, 하나님께서 친히 영광 중에 끝마치실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폭풍 속에서도 성도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견고한 피난처가 있습니다.
시편 139편은 성경의 모든 서정시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도 엄숙한 시편입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수많은 현대 교인은 이 장엄한 시편을 그저 어머니의 품 같은 포근한 사랑의 노래로만 값싸게 읽고 지나갑니다. 아닙니다. 이 노래의 척추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뼈대는 실상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과 ‘전지하심’입니다. 다윗은 떨리는 음성으로 고백합니다.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살펴보셨으므로 나를 아시나이다”
그렇습니다. 하늘의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낱낱이 다 아십니다. 우리가 아침에 앉고 저녁에 서는 외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은밀한 골방에서 마음속으로 굴리는 추악하고도 내밀한 생각까지 아십니다. 우리가 걷는 순례의 길과 밤마다 눈물 흘리며 눕는 잠자리까지 불꽃 같은 눈동자로 헤아리십니다.
어찌하여 이것이 성도에게 위로가 됩니까? 하나님은 우리를 단 한 번도 오해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겉모습만 대충 훑고 지나가며 비난하지만, 우리의 신랑 되신 주님은 우리의 깨어진 중심과 애타는 진심을 꿰뚫어 보십니다. 다윗은 거룩한 압도감에 밀려 다시 노래합니다.
“내가 주의 영을 떠나 어디로 가며 주의 앞에서 어디로 피하리이까”
성도의 삶에는 단 하나의 사건도 결코 우연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지나는 눈물의 골짜기도, 억울한 누명도, 크고 작은 일마다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섭리의 손길이 촘촘히 서려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운명이라 부르고 우연이라 말하는 그 모든 거친 파도 뒤에서, 우리를 빚으신 그 창조주의 손이 여전히 완전한 조각을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마지막 시편 140편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시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시편에는 전장의 시퍼런 칼과 창보다 더 은밀하고 무서운 전쟁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혀의 전쟁’입니다. 다윗은 원수들의 핍박 속에서 “그들이 뱀 같이 그 혀를 날카롭게 하니 그 입술 아래에는 독사의 독이 있나이다”라고 탄식합니다.
기억하십시오. 사탄은 에덴동산에서 칼이 아닌 비틀린 거짓말의 혀를 가지고 하와를 유혹했습니다. 사탄이 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날 선 검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심하게 만드는 간사한 혀였습니다. 그러므로 성도가 치르는 가장 치열한 전선 역시, 사탄의 거짓된 혀와 성령의 진리의 말씀 사이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쟁입니다.
그러나 이 전쟁의 마당에서 다윗이 취한 태도를 보십시오. 그는 결코 제 손으로 칼을 빼 들어 원수를 직접 갚으려 들지 않습니다! 그는 그 억울함과 불타는 분노의 싸움을 통째로 여호와의 재판정으로 가지고 가 하나님께 맡겨 버립니다. 만군의 여호와야말로 인류 역사 위에 조금의 굽음도 없으신 가장 의롭고 준엄하신 재판장이심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 싸움의 지휘권을 만군의 여호와께 온전히 넘겨 드리면, 사방이 대적으로 에워싸여 있을지라도 우리의 심령에는 도리어 하늘의 초자연적인 평안이 강물처럼 깃들게 됩니다! 성도가 가진 참된 신앙의 권세는 원수의 목을 부러뜨리는 복수의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모든 송사를 재판장 되신 주님께 온전히 맡겨버리는 영적 항복의 능력에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의 구원을 시작하신 하나님은 신실하시며, 온 땅의 악이 득세하는 것 같으나 주님은 대주재의 권능으로 온 우주를 통치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그 진리의 하나님 앞에 당신의 상한 심령을 먼저 쏟아놓으십시오. 그리고 당신을 괴롭히는 그 거친 혀와 억울한 싸움을 주님의 손에 완전히 맡기십시오.
우리가 싸움을 멈추고 주님의 제단 앞에 엎드릴 때, 비로소 만군의 여호와께서 병거를 타시고 우리를 위해 싸움을 시작하실 것입니다. 그분이 친히 싸우시는 전쟁은 결코 패배가 없으며, 그분이 이루시는 승리는 영원토록 찬란할 것입니다. 이 위대한 하나님을 믿는 가운데 승리의 행진을 이어가는 거룩한 군대에 합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