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 41 – 성전 환상>
- 에스겔이 본 환상 가운데 성전의 중심인 본당(성소)과 지성소, 그리고 그 주위 구조물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담고 있다. 이는 하나님과 회복된 백성 간의 온전한 교제를 상징하는 공간의 중심으로, 하나님의 거룩함과 임재, 그리고 영적 회복의 구체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에스겔은 이전 장에서 이어지는 환상의 흐름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성전 내부로 들어간다. 처음 등장하는 공간은 본당(성소)이며, 그 길이와 너비, 두께, 입구의 모양 등이 측량된다. 이어서 지성소에 해당하는 ‘내소’로 나아가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가장 거룩한 장소로, 제사장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이다. 에스겔은 그 지성소 안까지 인도되며, 그 크기와 형태, 문틀과 기둥 등 모든 세부적인 구조를 관찰하고 측량한다. 이처럼 철저하게 구조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과정은 단순한 건축 설계의 의미를 넘어서, 하나님의 거룩함 앞에서의 질서와 정확함을 상징한다. 즉,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공동체가 하나님의 명령과 정한 규범 안에서 살아가야 함을 교훈으로 제시한다. 성전이 인간의 감정이나 임의적 형태에 따라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하신 대로 설계되고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이 장에는 성전 내부의 벽면 장식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는데, 벽에는 그룹과 종려나무 형상이 새겨져 있고, 각각의 그룹에는 두 얼굴이 있으며, 이는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생명의 풍성함을 상징한다. 이 상징들은 구약성경 내내 하나님의 임재와 거룩함을 대표하는 도상들로 자주 등장해왔다. 에스겔이 본 성전에서도 이 장식들은 하나님께서 여전히 그 백성 가운데 계시며, 그들을 지키시고 생명을 공급하시는 분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성소 주변에는 여러 방들과 3층 구조의 곁방들이 이어지는데, 이는 제사장들의 기능적 공간으로 거룩한 봉사와 헌신의 장소이다. 이 모든 공간들은 중심인 지성소를 향해 정렬되어 있으며,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거룩한 공동체의 질서가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성소와 지성소의 치수와 구분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거리와 구별됨, 그리고 동시에 가까이 오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의도를 함께 표현한다. 하나님은 절대적으로 거룩하신 분이시나, 동시에 당신의 백성과 만나시기 위해 구조적, 상징적 통로를 마련하시는 분이시다. 따라서 에스겔이 본 성전의 중심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가 거하는 거룩한 장소이며, 그분과의 교제를 회복하기 위한 상징적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모든 구조와 장식의 의미는 단지 외형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이 거룩함 가운데 살아야 하며, 모든 예배와 봉사가 하나님 중심의 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고 보았다. 성전의 세부 설계는 하나님의 백성이 마땅히 따라야 할 영적 원리를 건축적 형태로 시현한 것이며, 이것은 곧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이 회복된 공동체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비전이다. 결국 에스겔 41장은 회복된 성전의 중심 공간을 통하여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임재, 질서와 생명의 상징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포로기 이후 절망 속에 있는 백성들에게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 회복에 대한 소망을 선포하는 말씀이다. 성전은 단지 예배의 장소를 넘어서, 하나님 나라의 구조적 상징이며, 그 거룩한 통치와 임재 안에 살아가야 할 백성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모형이다.
<겔 42 – 준비된 구조>
- 여기에는 에스겔이 본 이상(異象) 성전 환상의 일환으로, 성전의 부속 건물들 가운데 제사장들을 위한 방들과 성소 구역의 경계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담고 있다. 본장은 성전의 실질적 용도와 관련된 기능 공간을 설명하며, 거룩함을 유지하고 하나님의 임재에 합당하게 예배를 드리기 위한 준비된 구조임을 보여준다. 이는 하나님의 거룩함에 참여하기 위한 질서와 구별됨의 원리를 강조하며, 성도 역시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함을 보여준다. 에스겔은 성전 북쪽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제사장들이 거하는 방들을 측량한다. 이 방들은 외뜰과 내뜰 사이에 위치하며, 여러 줄로 길게 이어져 있고, 성전 내부의 다른 공간들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치수와 방향이 명시되어 있다. 북쪽 방과 남쪽 방은 서로 대칭 구조를 이루며, 이는 성전 전체가 하나님의 질서와 일관성 속에서 세워졌음을 나타낸다. 이 방들은 단지 거처로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사장들이 성소에서 섬긴 후 거룩함을 유지한 채 머무는 곳이며, 거기에서 거룩한 제물, 곧 소제물과 속죄제, 속건제물 등을 보관하는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제사장들은 이 방들 안에서 제사 때 입는 거룩한 옷을 갈아입고, 성소 밖으로 나갈 때에는 반드시 옷을 바꾸어야 했다. 이는 거룩함의 보존과 하나님 앞에 드리는 섬김이 일상과 철저히 구별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규례이다.
- 이어지는 15절 이하에서는 성전 전체 구역의 외곽 경계에 대한 측량이 진행된다. 에스겔은 환상을 인도하는 자와 함께 사방 500갈대씩을 측정하고, 총 500x500 갈대 크기의 정사각형 형태의 울타리를 확인한다. 이 경계는 성소와 속된 것을 구별하기 위한 울타리로서, 하나님의 거하시는 처소가 그 어떤 세속적인 공간과도 명확히 분리되어야 함을 상징한다. 이 경계선의 설정은 하나님의 임재와 인간의 일상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 간극을 드러내며, 거룩과 속됨의 명확한 구분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반영한다. 동시에 이 울타리는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하나님의 백성은 그분의 거룩하심에 참여한 자들이므로, 그들 역시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하며, 예배와 일상이 무분별하게 혼합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내포되어 있다. 즉, 성전의 기능적 공간과 구별의 원리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에 합당하게 반응하는 공동체의 질서와 태도를 제시한다.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장소는 아무렇게나 접근할 수 없으며, 철저한 경계와 준비된 섬김이 요구된다. 이는 곧 하나님 백성의 거룩한 삶이 예배당 안에서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구별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겔 43 – 환상의 정점>
- 이 장은 하나님의 영광이 새 성전에 다시 임재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성전 환상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에스겔이 동쪽 문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성전에 임하시는 장면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는 에스겔 10장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성전을 떠났던 장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 당시 이스라엘의 죄로 인해 하나님께서는 성전을 떠나셨으나, 이제 회복의 때가 되어 하나님께서 다시 임재하심을 나타내시는 것이다. 에스겔은 하나님의 영광이 여호와의 전에 가득하게 되는 것을 보았고, 그 장엄한 모습에 압도되어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다. 이 장면은 단지 상징적 환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죄로 인해 떠나셨던 백성과 다시 함께 하시겠다는 언약적 회복의 선언으로 이해된다. 하나님의 영광이 동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은 메시아의 재림 또는 종말론적 성취와도 연결되는 주제이며, 이는 성전이 단순히 종교 의례의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실질적 통치와 임재의 공간임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진정한 회복이란 하나님의 백성이 다시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그 임재 속에 거하는 것이다. 이후 하나님의 음성이 에스겔에게 들리는데, 하나님께서는 이 성전이 당신이 영원히 거하실 처소이며, 다시는 이스라엘이 우상숭배나 왕들의 죄악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신다. 이 부분은 회복이 단순히 외적 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적인 내적 회개와 영적 정결함을 수반해야 함을 분명히 한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더 이상 하나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을 때, 그들과 함께 영원히 거하시겠다고 선언하신다.
- 이어지는 말씀에서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성전의 설계도를 백성에게 보여 주고, 그들에게 성전의 규례와 법도, 출입과 경계, 제사의 원칙들을 가르치라고 명하신다. 이는 단지 건축적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새로운 질서와 법 아래 살아가야 함을 가르치는 의도이며, 백성은 이 성전을 보며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하게 될 것이다. 성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함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언약 공동체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제단의 구조를 보여 주시고, 그 제단에서의 속죄제사 규례를 정하신다. 이는 회복된 예배의 중심에 속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단은 하나님의 백성이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은혜의 통로이며, 이스라엘은 이 제단에서 다시 하나님께 합당한 예배를 드리게 될 것이다. 칠일 간의 정결 예식은 하나님께 드리는 모든 제사와 예배가 정결과 거룩 위에 세워져야 함을 상징하며, 이 모든 규례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여기에 기록된 말씀은 포로기 가운데 절망하던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영광이 다시 돌아오리라는 위대한 희망을 전하는 말씀이다. 하나님의 임재가 다시금 회복된 성전에 충만하게 임하고, 그 백성은 그분의 통치 아래 새로운 질서와 법을 따라 살아가게 된다. 이는 단지 과거 이스라엘의 회복이 아니라, 장차 하나님의 나라에서 완전하게 실현될 종말론적 회복과 영원한 교제를 예고하는 계시이며, 오늘날의 신자에게도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사모하며 회개와 정결로 나아가야 할 본을 제시한다.